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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도 정보전이 있다?
[통일문화 만들어가며](15) 2000년 9월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김용규 선생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돌아오다》
중국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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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비자금 해외 저축》설은 생겨난지 오래지만, 2010년 3월의 새 설은 너무나도 싱겁게 끝나버렸다. 3월 14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한국정보당국자의 말을 빌어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에 도피하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미화 40억달러의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보관하다가 최근 룩셈부르크 은행으로 옮겼다고 보도하자 곧 오만가지 추측성 글들이 생겨나더니 닷새 지난 19일 룩셈부르크 총리실이 정부견해를 발표해 《조선 금융자산의 존재를 표시하는 단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또 사실 관계 조사도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이는 바람에 잔뜩 불어난 풍선이 바늘에 찔린 격이 되었다. 풍파라 말하기조차 어려우니 그저 잔물결 수준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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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느 정보당국자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영국기자가 정보당국자로 사칭한 자에게 속았는지는 모르겠다만, 반북대결론자들의 소행임은 틀림없다. 《북한》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더라도 외부사람들에게는 《북한 독재자가 나쁘다》는 인상을 잠시나마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런 정보를 흘렸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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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동구가 쓴 북 장편소설 <돌아오다> 표지(문학예술출판사, 2004) [사진자료= 중국시민]
진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정보들의 포위공격을 받는 조선이 결코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우선 조선중앙통신의 공개보도부터 육하원칙을 무시하고 정보들을 조금씩 흘리는 것이 반도특수상황에서의 특수보도법임은 필자의 연재기사 ‘《육하원칙 뛰어넘는 북측 보도법》([새록새록 단상] 193)’에서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필자는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는 조건에서 모든 수단을 대외정보에 쓸 수 있다고 여기니, 여러 해 전 책을 보다가 《이것도 정보전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편소설 《돌아오다》(리동구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04년 4월 출판발행, 419페이지, 오른쪽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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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60여 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판문점을 넘은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비전향장기수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소설들이 1인1부로 양산되었다. 남쪽의 어떤 사람들은 《영웅화작업》이라고 비난했던데, 오랜 세월 엄혹한 환경 속에서 신념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영웅이다. 단 비슷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차이가 나도록 그려내는가가 임무를 받은 작가들의 고민거리였으리라 생각된다. 비전향장기수계열소설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전문 다룰 예정이니 이번에는 총적인상만 간단히 적는다. 북반부에서는 60여 부가 모두 성공작이라고 선전되었으나 필자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저자들의 수준에 따라 작품들의 수준도 차이가 나고, 유명작가가 수수한 책을 내놓았나 하면 무명작가가 뛰어난 책을 내놓은 경우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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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는 유명작가의 훌륭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50년대 전쟁시기에 전라남도 당에서 지하투쟁지도를 맡은 부장인 주인공 김성규는 배편으로 북쪽으로 가서 인민군 최고사령부와의 연락을 이을 특별임무를 수행하려고 바다가로 가는 도중에 곡성에서 귀순자들로 조직된 《보아라부대》에 발각되어 체포된다. 수사기관, 정보기관은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뽑아내기 위해 가짜사형놀음도 벌리고 무기형을 언도했으며 1970년대에 석방한 다음에도 미행하면서 그가 누구와 만나는가를 엿본다. 《사회보안법》으로 하여 또다시 감옥살이를 했으나 여전히 굴하지 않은 김성규는 2000년에 평양으로 간다. 곁가지를 다 쳐버리고 주인공만 얘기하면 골자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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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북으로 송환될 60여 명 비전향장기수 명단이 2000년 8월에 발표된 다음의 주인공생활을 묘사한 아래문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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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는 이즈막에 내처 격동된 심정으로 드바쁜 나날을 보냈다. 기자들과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며칠전에는 미국에서 리수성이 찾아왔다. 리재현을 포함하여 세 로인이 마주앉아 나누는 회포는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전혀 낯모를 사람들의 방문도 많았다. 그들중에는 체포되기 전에 지도하던 지하조직성원의 아들딸들도 있었다.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의 딸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그들을 만났을 때의 감회는 형언할길이 없었다. 듣고보니 본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까지 민주와 통일을 위해 잘 싸웠다. 세상을 하직한 전날의 동지들은 만날길이 없다. 그러나 그 자녀들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옛 동지들을 만나는것 이상으로 감회가 컸다.》(41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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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흐름에서 볼 때 《전혀~컸다》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 없다. 그런데 왜 넣었을까? 남쪽의 특별한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보아야겠다. 북반부에서 나오는 문예작품들은 철저히 북반부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필자와 같은 해외독자들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할 때까지 있는데, 남반부가 무대로 되는 경우에는 여러 모로 신경을 쓰는 흔적들이 보인다. 예컨대 《수령님을 열렬히 흠모하는 남조선인민들의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현재진행형으로 묘사하는 경우에는 이야기를 흥미 있게 엮는 한편 시간과 지점, 사건들이 현실 속 아무 곳의 아무개와 직결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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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전향장기수주제소설들은 평양출판사에서 내놓은 수기집 《신념과 의지의 강자들》을 비롯한 수기 및 관련보도들과 대조해보면 원형이 누구인지 뻔히 알리고 따라서 주변의 사람들도 대체로 원형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직결을 피할 수 없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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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9월 북으로 송환된 지 3년뒤인 2003년 80살 생일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비전향장기수 김용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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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규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그리움은 우리의 신념의 원동력이었다>가 실린 비전향장기수들의 수기집 <신념과 의지의 강자들 5>(평양출판사, 2003) 표지 [사진자료= 중국시민]
《돌아오다》의 주인공 김성규의 원형은 34년 감옥살이를 한 김용규(1923~ 첨부자료 04, 위 사진)이다. 《신념과 의지의 강자들 5》(평양출판사 2003년 출판발행, 오른쪽 사진)에 실린 수기 《그리움은 우리의 신념의 원동력이였다》에 의하면 그는 전라남도 보성군 율어면에서 태어나 목포상업고등학교에 다닐 때 《위로회독서사건》으로 일제경찰에 잡혀 고생했고, 광복 후 1946년에는 《보성농조사건》의 주모자로 점 찍혀 지명수배를 받게 되어 평양으로 가서 중앙당학교를 졸업했다. 1947년부터 전쟁 전까지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고 1950년 정치공작대 대장으로 임명되어 남하, 9월 말경에 후퇴명령을 받았으나 유격투쟁을 하려고 남아 《리청송부대》에서 부참모장으로 되었다가 싸움이 장기성을 띠는 것과 관련하여 지하투쟁을 보는 특수사업을 맡아보았다. 1952년 11월 20일에 지하조직원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다가 변절자들로 조직된 《보아라부대》에게 발각되어 싸우다가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체포되었다. 무기형에 언도되었다가 1974년에 출옥했으나 1975년 《사회안전법》의 발포와 더불어 또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1989년 10월 출옥했으며 2000년 9월 2일에 판문점을 지나 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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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수기와 대조해보면 《보성농조사건》때 경찰들에게 타살된 어머니와 전쟁시기 미군에게 총살된 아버지가 주인공의 체포 후에 활약한다. 또한 수기에서는 일제경찰에게 잡힌 뒤 《같은 감방안에 있던 나이 지숙한 사람으로부터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혁명가라고 생각된다.》고 추측했는데, 소설에서는 김일성장군과 직접 연계하던 유명한 항일투사 박달을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나 영향을 받았다고 그렸다. 이밖에도 예술적 허구가 상당히 많지만, 학창시절의 반일활동과 체포, 광복 후 남쪽과 북쪽에서의 활동, 전쟁시기의 빨치산 활동과 지하투쟁지도, 체포와 수감, 석방과 재차투옥 송환 등 골자는 원형의 경력과 같다. 원형 김용규는 유격대와 지하당에서 지위가 상당히 높았고 특히 비전향장기수들과 다른 점은 지하투쟁지도였다. 수기에서는 자신이 끝까지 비밀을 지켰음만 강조했으나 소설에서는 지도를 받던 사람들의 후대들을 살짝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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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서 나온 책들이 각이한 경로를 통해 남쪽으로 들어간다는데 그 책들을 보는 사람들의 목적도 다르다. 비전향장기수들을 다뤘던 기관에서는 각별한 흥미를 가지고 북에서 나오는 모든 관련자료를 검토하기 마련이다. 소설이 나온 뒤 지금까지 6년이 되도록 남쪽에서 그 누구를 잡아서 부모의 경력까지 거들면서 조져댄 사건이 없으니까 《전혀~컸다》가 허구일 가능성이 있다. 허나 0.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100% 가능성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 정보이다. 김용규의 사건을 다뤄왔던 기관에서 2000년에 김용규를 만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재확인하고 아버지, 어머니들까지 올리 캐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 품이 들겠는가! 짧은 글 몇 줄로 적대세력이 헛고생하게 만들고 누군가 쪼인트 까이게 만든다면 굉장히 고명한 수가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밑질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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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전 하면 남쪽에는 《치고 빠지기》부터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사실 중요성이 그보다 못지 않은 방법이 《힘 빼기》이다. 소수인원으로 대부대를 유인하여 이리저리 끌고 다니거나 진실과 거짓이 섞인 정보로 험한 곳들로 다니게 하는 등등으로서 나중에 공격할 때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유격전 사고방식으로 미루어보면 위의 대목이 《힘 빼기》수법일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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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향이 남쪽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으면서도 제목을 《돌아오다》로 단 것은 아마 《평양이 마음의 고향》이라는 식의 논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보이는데 저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의 인물들을 생동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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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도당위원장 박영발 과 유격대 사령관 김선우는 잠깐 나오지만 남쪽의 소설이나 자료들에서 나온 모습과 달리 따뜻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원형이 그들의 가까이에서 함께 싸운 사람이므로 토벌대나 경찰의 기록, 빨치산 보통대원의 회상에 근거한 남쪽 소설, 자료들보다 진실에 더 가깝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평양에서 주인공과 알게 되고 남쪽 산속에서 결혼해 하룻밤 사랑으로 아이를 가진 현보숙은 시샘도 곧잘 내고 눈물도 많은 처녀로부터 비전향장기수로의 변신을 완성해 1970년대에 감옥에서 남편과 만나고 죽는다. 두 사람의 딸 김반야(지리산 반야봉에서 태어났기에 지은 이름)는 외삼촌을 아버지로 알고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자라 《신동아》기자로 되었다가 차차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되고 빨치산들의 투쟁을 알게 되면서 민주화투쟁에 나선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거간꾼 김진수는 부모의 명으로 문순녀와 결혼해 김성규를 낳았으나 후에 첫 연인과 함께 사는 등 복잡한 경력을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아들에게 감화되어 1956년에 반이승만독재시위에 나섰다가 바리케트 위에서 총에 맞아 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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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주요적수로 설정된 박병배는 워낙 친일파인데 치안국 정보수사과장으로서 등장하고 뒷날 중앙정보부에서 활약하면서 김성규의 비밀을 캐내고 전향시키려 갖은 애를 다 쓰나 실패하고 2000년 송환장소에서 김성규를 훔쳐보다가 울화가 터져 심장병발작으로 죽는다. 90살이 넘었으나 오래 산다고 해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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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알아보고 고발하여 체포되게 만든 림주상은 책의 《나오는 인물들》에서 《변절자》라고 적혔으나 보다 정확한 표현은 투기꾼이다. 광복 후 강원도 춘천에서 경찰로 복무하던 그는 6. 25때 부산으로 가다가 추풍령 밑에서 동행자 2명을 사살한다. 인민군대가 조만간 부산까지 차지하리라고 믿은 것이다. 서울에서 국회의원과 공무원으로 있던 사람들을 죽인 대가로 인공치하에서 내무원이 되었다가 인민군이 후퇴하니 지리산에 들어간다. 허나 경찰과의 화계골 싸움에서 제일 먼저 손을 들어 투항하고는 경찰장교의 명을 받들어 마을의 좌상인 102살 노인을 쏴 죽인 공로(?)로 목숨을 부지하고 《보아라부대》에 편입된다. 그는 큰 상을 기대했으나 김성규를 판결하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가 지난날 동행자들을 죽인 죄상이 드러나고 감옥에 갇힌다. 《모범죄수》노릇을 착실히 하면서 살려고 몸부림치나 결국 교수대에서 사형이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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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밀정출신인 허영수는 일부러 팔에 총상을 입고 김성규의 감방에 들어가는데 연기가 하도 뛰어나 김성규는 그를 동지로 믿는다. 단 지하공작기율을 엄하게 지켜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상처로 왼팔이 불구가 된 허영수는 뒷날 박병배의 줄로 중앙정보부에 들어가서 계속 주인공과 겨룬다. 제법 출세하던 그는 우연히 1979년 10월 26일에 당직근무를 섰다가 김재규의 심복으로 의심받아 신군부에 잡혀 갖은 악형을 당한 끝에 사형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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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특이한 인물은 주인공의 동창생이며 《위로회》에서 부책임자로서 책임자인 김성규와 함께 반일활동을 같이 했던 리수성이다. 광복 후 김성규가 좌익활동에 참여할 때, 그는 《왜놈때 경찰을 해먹던놈들이… 왜놈시절보다 몇급씩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그놈들이 또다시 민중을 폭압하는 꼴을 그냥 앉아서 지켜볼수가 없》(55페이지)어서 교편을 버리고 경찰관이 된다. 전쟁초기에 보성군 경찰서 부서장으로서 백성들에게 잡혔다가 주인공이 봐줘서 풀려난 그는 주인공의 권고대로 숨어살려고 거창에 가있다가 거창학살사건에서 샘골백성들을 살리려고 나서면서 다시 세상에 나와 전라남도 경찰국 부국장으로 된다.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고 믿던 그는 김성규가 자기 관내에서 체포된 다음 전향을 권하기도 하고 구명운동도 벌이면서 많은 갈등을 겪다가 철직을 당한다.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22년 지나 1970년대에 고국에 와서 돌아보고 김성규와도 만나는데, 중앙정보부가 《반체제인사》로 분류된 그를 김성규가 지도하던 지하조직원으로 얽어 넣어 새로운 사건을 만들려고 꾀하는 바람에 잡혀서 악형을 겪다가 간신히 풀려난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통일활동을 벌이던 그는 2000년에 김성규의 송환을 현장에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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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부장관 조병옥, 내무부장관 진헌식, 중앙정보부 부장 이후락 등 인물들은 실명, 실직으로 나오고 재미통일운동가 임창영도 실명으로 나오는 반면에, 원형이 체포될 때 전사한 호위병 윤동무는 소설에서 서연승이라는 이름을 갖고 백정출신으로서 빨치산생활에서 글을 깨치고 사람대접을 받아 정당성을 확신하는 인물로 그려져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같은 백정출신으로서 강도노릇을 하다가 잡힌 사람의 죄명을 자기가 들쓰고 숨이 진다. 또 그 덕에 목숨을 건진 사람은 주인공의 영향을 받아 크게 변하고 뒷날 통일혁명당사건에서 활약했다고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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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임자도에서 통일혁명당에 관여한 놈을 때늦게 색출했습니다.
김종태나 최영도 같은 그 당의 우두머리들은 몇해전에 모조리 처형했지만 그들의 잔여세력은 아직 민중속에 깊이 뿌리박고있습니다. 새로 색출한자로 말하면 곡성에서 백정질과 강도질을 하다가 임자도에 가서 조개주이로 살아가던 무지렁이였습니다. 그런 놈이 통일혁명당 당원일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임자도에서 최영도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내막을 깊이 캐여보니 그자가 이 세상을 뒤집어엎어야겠다고 처음 결심을 다진것은 옥중에서 김성규의 설교를 받았기때문이였습니다.…
정태묵이라는 그자는 강도혐의로 잡혀서 김성규와 곡성감옥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때 김성규의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365~36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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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김성규와 리수성과 해치려고 애쓰던 허영수가 선배 박병배의 도움을 받으러 찾아와서 하는 말이다. 필자가 현대사자료들을 찾아보니 1960년대의 《통일혁명당사건》에 정태묵이라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 경력은 소설과 판 달랐다. 즉 소설에서는 이름만 빌어왔을 뿐이었다. 이처럼 장편소설 《돌아오다》는 현실과 가상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다른 감상들을 좀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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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김성규와 현보숙이 피아골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남쪽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1권 33절 《1952년 5. 15 결정》에 나오는 조계산지구정치위원 안창민과 여맹위원장 이지숙의 결혼장면과 은근한 경쟁의식을 가지지 않았나 짐작된다. 주도자가 꼭같은 전라남도 도당위원장 박영발과 유격대사령관 김선우이고 결혼식을 올리자 부부가 곧 산을 내려가는 설정도 마찬가지나 목적은 사뭇 다르다. 안창민과 이지숙은 함께 유격대를 떠나 위장귀순하지만, 김성규와 현보숙은 갈라져 각자의 임무를 집행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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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종이 쓴 북 장편소설 <별의 세계>(문학예술출판사, 2002) 표지 [사진자료= 중국시민]
또 원형이 지하투쟁지도차로 부산으로 가다가 체포된 사실을 북쪽과 연계를 맺으러 바다가로 가다가 체포되었다고 소설화했는데, 이는 남반부빨치산투쟁에 대한 나름대로의 합리한 해석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인다. 빨치산 보통대원이었다가 전향한 이태가 1980년대말 《남부군》을 내놓으면서 빨치산들이 이른바 《운명의 장난에 빠진 사람들》이니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사람들》이니 하는 해석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남쪽빨치산들이 《남쪽에도 북쪽에도 버림을 받았다》는 추측이 상당한 시장을 차지했다. 북쪽에서는 1968년에 열사증 1호를 이현상에게 발급하고 1990년 《조국통일상》이 제정된 후 빨치산 경력자들에게 수여하는 등 남쪽 빨치산의 투쟁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해석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남쪽빨치산의 최종적 실패에 대해 해석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으니 총서 《불멸의 향도》중 장편소설 《별의 세계》(정기종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02년 8월 출판발행, 487페이지, 오른쪽 사진)에서 이현상부대가 갖은 노력 끝에 조선중앙통신사와의 무전교신에 성공해 최고사령부와의 연락을 부탁했으나 곧 첩자 차일평의 방해로 무선통신대가 폭격에 파괴되고 최고사령부와의 연락희망이 끊어졌다고 묘사한 것이 바로 해석작업의 한 고리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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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빨치산의 괴멸의 전주곡으로 된 그 사건은 이렇게 벌어졌다.》(185페이지)로 시작된 위의 이야기는 다시말해 지리산유격대가 최고사령부의 지도를 받지 못해 실패했다는 의미인데 《돌아오다》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김일성 장군을 자주 만나 잘 아는 사이기에 북행의 최적임자로 정해진 주인공이 중도에서 체포되었으므로 전라남도 유격대가 김일성 장군의 직접 지도를 받지 못해서 전멸되고 말았다는 논리이다. 역사는 하나이나 풀이는 갖가지이기 마련인바 북반부에서는 소설이 역사해석기능을 곧잘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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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동구가 쓴 북 장편소설 <비약의 나래>(문학예술출판사, 2002) 표지 [사진자료= 중국시민]
저자 리동구(1939~첨부자료 01)는 군인, 기자, 교원을 거쳐 56살 때 전문작가로 된 사람이다. 《돌아오다》외에 필자가 본 장편소설은 총서 《불멸의 향도》에 속한 《비약의 나래》(문학예술출판사 2002년 1월 출판발행, 463페이지, 오른쪽 사진, 첨부자료 03)이다. 북녘의 과학도들이 티탄합금을 생산, 가공하고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만들어내어 1998년 《광명성 1호》발사에 기여한다는 이야기로서 북쪽의 과학자, 기술자들과 과학기술 특징을 이해하는데 좋은 작품이다. 다산작가가 아니어서 작품들을 많이 보지 못했으나 폭넓은 세계, 개성이 강한 인물, 극적인 사건들을 유기적인 덩어리로 엮는 솜씨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인물의 감정이 저조기에 들어갔을 때 기쁜 소식이 전해지도록 그리는 기교가 눈에 띄었다. CNC관련 작품을 이분이 쓴다면 박찬은 작품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리라고 생각된다. 리동구라는 이름 석자 만으로도 은근한 기대를 자아내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을 본 다음에는 보는데 쓴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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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예언인 셈인데 2000년 송환을 앞두고 어떤 사람들이 내놓은 예언- 《비전향장기수들이 북에 가보면 후회할 것이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비전향장기수들이 《신념과 의지의 강자》로 인정받고 큰 영예를 얻었고 엄청 활약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떤 이들은 송환비전향장기수들이 북에서 발표한 말과 글들의 진실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속생각을 그대로 내놓지 못한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현재 반도의 특수상황에서 아직도 말해서는 안될 내용들이 많으므로 지금까지 남과 북에서 공개된 자료들은 어느 것도 100% 사실, 100% 진실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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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건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반도의 북반부와 적대세력들 사이에서 속이고 속고 웃으면서 속는 척 하거나 울며 겨자 먹는 꼴인 정보전들이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진다는 것이 필자의 연구결론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비밀이 해제되면 정확한 사실들이 공개되겠지만, 지금은 필자가 보고 들은 일이나 추리결과를 공개하면 어떤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으므로 주책없는 제 자랑을 삼간다. 단 누가 들으라고 누가 보라고 쓴 글이냐를 추측하는 독서법은 체험자로서 자신만만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글귀》를 알아보면 독서의 재미가 몇 곱절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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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관찰자로서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나 치열한 정보전의 일부분이 동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사실 바람직한 노릇이 아니다. 민족의 힘이 내부에서 소모되지 말고 외세와의 겨룸에서만 쓰이기를 바란다.(2010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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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자료 4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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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리동구(1939~)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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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12월 30일 함경남도 요덕군 인흥리의 한 빈농가정에서 태어남.
금야고급중학교 졸업 후 다년간 조선인민군에 복무.
1962년 김형직사범대학에 입학해 어문학부에서 공부.
1966년 9월부터 교원신문사 기자, 부장.
1974년 5월부터 20여 년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문학후비를 양성.
1995년부터 4. 15문학창작단 작가로 되어 전문창작활동을 시작.
20대에 처녀작 단편소설 《척후병》을 발표.
1989년 장편소설 《량심과 운명》을 발표.
2002년 세 번째 장편소설 《비약의 나래》를 발표.
2004년 장편소설 《돌아오다》를 발표.
이밖에 수많은 단편소설을 창작, 발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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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장편소설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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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출판사 2004년 4월 출판발행, 41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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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김성규의 투쟁사적을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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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김성규 주인공, 비전향장기수
박영발 전라남도 도당위원장
현보숙 비전향장기수, 주인공의 안해
김반야 《신동아》기자, 주인공의 딸
김진규 주인공의 아버지
리수성 전라남도 경찰국 부국장
박병배 치안국 정보수사과장
림주상 변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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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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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출판사 2002년 1월 출판발행, 46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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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향도》에 속하는 작품으로서 1988년 과학기술발전 3개년계획을 정해서부터 1998년 《광명성 1호》를 발사하기까지의 일들을 담고있다. 과학자, 기술자들은 티탄합금생산에 성공했으나 가공설비수입이 제국주의자들의 방해로 성사되지 못하니 외국의 설비와 원리가 다른 우수한 티탄합금가공설비를 자체로 연구개발하고, 초고압유압프레스도 독특한 원리로 만들어낸다. 또한 처음 국제수학올림픽경기에 참가한 학생들이 금메달, 동메달을 받아 튼튼한 후비대로 자라난다. 티탄합금제품, 초고압유압프레스는 극비 《별빛》계획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며 《별빛》계획의 한 부분으로서 《광명성 1호》를 발사할 때 조선의 첫 수학올림픽금메달수상자 박상수는 자리길(궤도)를 정확히 계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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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앙영복 금속공학자
박치영 금속공학 연구사
고중환 당중앙위원회 과학사업담당 부부장
황석태 9월제련소 당비서, 강직되었다가 후에 금속공업부 당비서
류명식 9월제련소 지배인
손관식 금속공학연구소 소장
양명심 수학자, 양영복의 손녀, 박치영의 애인
석홍범 초고압유압프레스 연구집단 책임자
림수봉 과학원 부원장
강민옥 석홍범의 처
정금화 평양제1고등중학교 수학교원
강성원 금속공업부 부부장, 석홍범의 장인
박상수 평양제1고등중학교 학생, 후에 청년과학자
고향미 고중환의 딸, 후에 평양제1고등중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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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김용규(1923~)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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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7월 21일[음력 6월 22일], 전라남도 보성군 율어면에서 태어남.
목포상업고등학교에 다닐 때 주먹이 세기로 소문나 일본학생들을 때렸고? 《위로회독서사건》으로 목포경찰서에 투옥되어 갖은 고문과 취조를 받다가 광주로 이송됨. 요시찰인명단에 등록되어 5년간의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으나 징병영장이 떨어짐.
약 1941년 징병영장을 찢어버리고 중국 동북으로 떠나 4년동안 정처 없이 방황.
1945년 서울에서 조국광복을 맞이. 조선공산당에 입당하고 전라남도공산당창건에도 관여하면서 투쟁함.
1946년 8. 15광복 1주년을 맞으며 벌어진 시위투쟁 때문에 《보성농조사건》의 주모자로 점 찍혀 지명수배를 받게 되니 북행. 어머니는 8.15광복 1주년기념 《보성농조사건》때 경찰들에게 타살됨. 평양에서 중앙당학교를 졸업.
1947년부터 전쟁 전까지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를 직접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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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서울에서 정치공작대 대장으로 임명되어 사업. 9월말경에 후퇴명령을 받았지만 적후투쟁을 위해 떨어지는 동지들을 뒤에 두고 떠날 수가 없어 유격투쟁을 하려고 여러 동지들과 함께 남음. 얼마 후에는 조정철, 리청송이 조직한 새 부대- 《리청송부대》에서 부참모장으로 되어 전라남도의 유치내산에 거점을 두고 활동함. 아버지는 전쟁시기 미군에게 총살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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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싸움이 장기성을 띠는 것과 관련하여 지하투쟁을 보는 특수사업을 맡아 봄.
1952년 11월 20일, 지하조직원을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다가 변절자들로 조직된 《보아라부대》 에게 발각되어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체포됨. 치안국 정보수사과에 넘겨져 심문을 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무기형으로 판결을 받음.
1974년에 출옥.
1975년 《사회안전법》과 함께 또다시 감옥에 들어감.
1989년 10월 출옥. 당년 66살. 감옥생활 34년. 곡성경찰소에 투옥된 때로부터 치안국 정보수사과감옥, 서울 서대문형무소, 대전교도소의 특별사동, 광주교도소, 《청주보안감호소》를 전전했음.
2000년 9월 2일, 송환 당시 77세.
2003년 7월 21일 80돌 생일상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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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28 [03:54]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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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비전향장기수 김용규, 북 장편소설 <壎뭬틸윱?gt;] 소설에도 정보전이 있다?/ 중국시민 201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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