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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험난해도 웃을 수 있는 이유
[통일문화 만들어가며](40) 북 단편소설 《새로 온 <訓關굼?gt;》
중국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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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해독제고 활력소다. 웃음을 짓는 사람은 거꾸러지는 법이 없고, 웃음을 짓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 소설에서는 흔히 유머가 웃음을 자아낸다. 헌데 유머가 꽃을 피우기는 어렵다. 억지로 지어내지 못하는 만큼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하고 유머감이 《황당개그》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므로 진짜 유머를 가꾸고 받아줄 환경이 있어야 한다.

두루 고찰해보면 엽기소설가는 생겨나기 쉬워도 유머소설가는 자라나기 어렵다. 미국의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은 이런 말을 했다 한다. 내가 35살 때 미국에는 《유머소설가》가 70명 있었다, 그러나 내가 70살이 된 오늘 아직도 글을 쓰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 대부분 《유머소설가》들이 웃기기 위한 소설들을 양산할 때, 마크 트웨인은 웃음 속에 사랑과 철리를 담아 글을 썼으므로 창작기간이 오랬고 작품들도 장수했던 것이다. 흑인노예를 동정하고 미화(?)했다 하여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970년대까지도 미국 남방의 어떤 주들에서 금지서적으로 되었지만, 그건 마크 트웨인의 자랑이라고 해야겠다. 만약 그가 노예주들의 구미에 영합하여 흑인들을 까는 글들이나 지었더라면 당분간 크게 웃기더라도 역사의 쓰레기무지에 던져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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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군중문학작품집 <붉은 노을 비껴온다>(문예출판사, 1977) 표지 [자료사진= 중국시민]
조선(북한)에는 유머로 일관된 문학예술작품이 적은 편이다. 여러 해 전에 본 군중문학작품집 《붉은 노을 비껴온다》(문예출판사 1977년 5월 출판발행, 도합 415페이지)는 13명이 쓴 단편소설, 32명이 쓴 시, 6명이 쓴 아동문학작품들을 모은 책인데, 단편소설 《새로 온 <부선장>》(285~308페이지) 때문에 거듭거듭 웃은 뒤, 《새로 온 <부선장>》이 특히 좋다, 아주 경쾌하고 재미나게 엮어졌다고 평가했다. 그 억누를 수 없는 유머감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안홍윤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단단히 기억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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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원고지로 100매 정도 되는 소설이 다룬 때는 1970년대 중반,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열풍이 불던 시기이다. 소설은 시작부분에서 독자들의 기성관념들을 연거푸 깨뜨리며 특정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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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선장이라고 하면 길이가 수십 혹은 수백메터나 되고 수천수만톤의 웅장한 배에 타는 책임자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런데 길이가 불과 여섯메터정도인 배에 단 둘이 타는데 그들을 <선장>, <부선장>이라고 부른다면 폭소를 금치 못할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에도 엄연하게 <선장>, <부선장>이 있다는것을 부인할수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눈석이무렵이면 농촌에서 새해 농사준비를 하는 시기로 리해할수 있는데 그무렵에 한창 수확을 하게 되는 <농사>가 있다면 더욱 이상하게 생각할것이다. 아마 성급한 사람들은
<그거야 보나마나 온실남새농사겠지.> 하고 속단할지도 모른다.
천만에, 온실남새농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열두삼천리벌이나 나무리벌이 울고 갈 끝없이 넓은 <벌>에서 짓는 《농사>가 있다.
바로 이 <농사>를 <선장>과 <부선장>들이 짓는다. 류별난 이 <농사>에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28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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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천해양식사업소에서 곤포양식공으로 몇 해 일하면서 혁신자로 뜨르르하던 최칠성은 키가 크고 승벽심이 엄청 강해 깃발마저 다른 배보다 높이 달려고 낑낑거리는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17, 8살 나는 금숙이는 갓 교문을 나서 사회에 나왔는데 몸매가 자그마하고 질문을 많이 하며 웃기 좋아하는 처녀다. 이 모든 면에서 상반된 두 사람이 5직장 1반에서 손잡고 일한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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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손발이 척척 맞던 《선장》과 《부선장》이 직장의 생산경쟁이 심화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소설가는 바다 속의 양식장, 바닷가, 건조장 3개 장소에서 일어난 3차례 충돌을 그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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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충돌은 어느 날 썰물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열탕째 곤포를 따러 양식장에 나갔을 때 규정된 순서대로 일하느냐 때문에 벌어진다. 경쟁이 백열화되어 양식공들마다 끙끙 힘을 쓰며 헤덤빈다. 칠성이도 기운껏 배를 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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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생산할 차례인 102번 떼줄은 다 가라앉고 저편끝의 닻줄부분에 서너개의 고무떼가 남실거릴뿐이였다. 그런 떼줄을 배전에 끌어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우기는 시간이 없었다.
칠성이는 별로 더 생각함이 없이 다음 떼에 배를 몰아다 대였다.
<아이, 이번엔 102번 차례가 아니예요?>
금숙이의 그 깜찍한 두눈에는 의문이 가득 실리였다.
》(29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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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은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만, 금숙이는 《그래도 기술학습에선 륜채식으로 해야 된다고 하잖았어요?》(291페이지)라면서 왜 규정대로 하지 않는가고 질문한다. 칠성이는 《융통성과 요령》으로 금숙이를 설득시킬 수도 있었지만 생각을 달리 하고 《음, 그럼 규정대로 할가?… 우리 <부선장>의 요군데.》(292페이지)라고 하면서 다시 배를 102번떼에 몰아다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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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란 단순히 기능만 높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칠성이였다. 말하자면 아량이 있어야 한다. 자기보다는 대여섯해나 된장국을 적게 먹은 금숙이와 아웅다웅한다면 그것은 벌써 최칠성이의 품위문제가 아닌가.
일이 좀 힘들어지더라도 한번 일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겠다고 그는 생각하였던것이다.
》(29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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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일을 끝냈을 때에는 썰물이 져서 배에서 내려 100미터 걸어야 기슭에 오를 수 있다. 땀을 빼야 한다. 금숙이가 그래도 규정을 지켜야 한다기에, 너털웃음을 터뜨린 칠성이는 그녀를 철부지로 취급하면서 몇 해 더 짠물맛을 더 보아야 물정을 좀 알게 되리라 여긴다.
두 번째 충돌은 안전규정 때문에 생겨난다. 작업반의 《로동안전초소장》으로 임명되어 완장을 낀 금숙은 칠성이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점을 지적하더니 칠성이 대신 가져오려고 종주먹을 부르쥐고 로보공급소로 달려간다. 헌데 엎어지면 코 닿을 데로 간 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빈 손으로 돌아와 구명조낄 어디에 두었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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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자기의 구명조끼가 어데 있는지 아리숭하다.
(제길, 점점 난처하겐 돼가는군!)
하나둘 양식장으로 떠나가는 전마선들을 바라보니 이래저래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칠성이는 그만 이러쿵저러쿵 입방아질만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금숙이, 일이 이렇게 된걸 어떻게 하겠어. 눈을 한번 꾹 감으라구.>
<그러다 물에 빠지면 어쩌겠어요?>
<응 그건 념려없어. 내 이래뵈두 물오리하구는 사촌간이야!>
칠성이는 우습강스럽게 개구리헤염흉내까지 내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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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 같으면 숨이 모자라게 깔깔거릴 금숙이였다. 했으나 지금만은 눈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아니, 더더욱 새침한 얼굴에 두눈살이 꼿꼿해질뿐이였다.
<헤염을 잘 친다고 구명조낄 안입어도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어요?>
제법 <로동안전초소장>답게 말투가 딱딱해졌다.
칠성이는 그만 등이 달아올랐다.
<금숙이, 꿩잡는게 매야, 매! 구명조끼도 중요하지만 한탕이라도 더 생산하는게 장땅이야 그러찮아?>
<………>
새파래진 얼굴에 두눈길을 착 내리깔고 서있는 품이 용수 있을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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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빨리 나가자우, 남들은 벌써 다 나갔구만. 거 수태 밑졌는데…>
칠성이는 어물쩍해 넘기려고 전마선에 껑충 뛰여올랐다.
<아이참, 그러지 마세요!>
금숙이는 발까지 구르며 소리를 쳤다.
그바람에 칠성이는 엉거주춤하여 다시 돌아섰다.
(자, 이렇게도 숨막힐노릇이 어데 있단말인가? 그것도 눈만 뜨면 마주서는 사이에…)
<아, 그러게 사정하잖아! 래일부터 잘 지킴 될게 아니야!>
칠성이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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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승인 못하겠어요!>
<로동안전초소장>의 말은 야무졌다.
<뭐, 승인을 못해?>
칠성이는 하마트면 <원, 요런 맹꽁이라구야!> 하는 소리를 내지를번하였다.
잠시동안 억이 막혀 두눈섭을 모아붙이고 금숙이를 쏘아보던 그는 한손으로 허공을 홱- 내리쳤다.
<좋아! 규정대로 하자구!>
칠성이는 하는수없이 로보공급소를 향해 반달음을 놓았다.
》(296~29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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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충돌은 곤포품질 때문에 벌어진다. 포장을 아낙네들이 와서 도와주었는데 저녁무렵에 칠성이와 금숙이가 제품마대들을 절반나마 쌓고나서 또 하나의 마대를 마주 들 때, 포장줄이 풀어지면서 마른 곤포들이 쏟아져 나온다. 헌데 금숙이는 그 속에서 2등품- 길이가 좀 짧은 곤포 한 줌을 발견한다. 칠성은 다른 마대들을 마저 쌓으려 하고 금숙은 마대를 모두 풀어 검사하자고 주장한다. 둘은 서로 제 주장을 내세우다가 불쾌하게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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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마주선 칠성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다가 홱 돌아서서 몇 걸음 내짚던 그는 문뜩 멈춰선다. 문화회관의 옥상에서 전기조명을 받아 강렬한 빛을 뿜는 구호-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가 새삼스레 눈에 안겨온다. 저도 모르게 자신을 돌이켜본다. 백사장을 거닐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그는 버스럭소리에 주위를 둘러본다. 자기 조의 건조장에서 누군가 곤포마대를 다룬다. 다가가 보니 금숙이가 40여 킬로그램 나가는 자루들을 하나하나 내려다가 헤쳐서 검사하고 다시 포장하여 쌓는다. 제품마대를 끌어가느라고 애쓰던 금숙이가 마대와 함께 엎어진다. 칠성이는 모래를 걷어차며 달려가 금숙의 손에서 마대를 ?큼 들어서 검사한 제품더미쪽에 집어던진다. 깜짝 놀란 금숙이는 자기가 물어보고 했어야 된다고 거듭 사과한다. 칠성이는 미안하단 말을 어렵사니 한다. 금숙이는 고맙다고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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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점점 깊어갔다.
그 많은 제품마대들을 모두 헤쳐보아도 낮에 나타났던 그런 오작품마대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하건만 그 누구도 공연한 헛수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리여 마대들에서 1등품만이 나올 때면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군하였다.
》(30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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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사회에서는 소비자의 너그러움 때문에 생산자의 일본새가 거칠어지는 게 문제로 되곤 한다. 제품의 품질은 거의 다 생산자의 자각, 자율에 맡기는 셈인데, 계획경제체제에서 아름차게 정해진 생산임무를 완수하는데 급급하다 보면 품질은 뒷전으로 밀어버릴 수 있다. 2009년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방영한 공장, 기업소 기동선전대 공연에서 어떤 기업이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고도 품질검사원을 구슬려서 대충대충 넘어가려다가 거절당한다는 소품을 보면서 크게 웃었다. 지금까지 조선의 생산-소비제도는 기본수요만족에 입각했으므로 이런 거야 우리 공장밖에 만들지 않으니까 이 정도도 괜찮겠지 뭐 이런 심리를 품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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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과 소비자신고풍토가 없는 사회에서는 벌금과 기업의 도산으로 품질제고를 강요할 수 없다.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각성을 높이도록 끊임없이 이끄는 외에 근년에는 적당한 방식으로 자극도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삼일포특산상점을 현지지도할 때 제품은 합격이나 포장은 낙제라고 지적했다는 것은 외국산식료품과의 경쟁에서 속만이 아니라 겉까지 앞서야 한다는 높은 요구를 말해준다. 조선식으로 말하면 《외국산 밀어내기》를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동강과수농장의 사과를 평양의 상점에서 파는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물품들의 생산장소- 판매장소 직매체제를 세운 것도 사실은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정하여 소비자들의 만족과 불만족이 곧 생산자들에게 알려지고 생산자들이 고품질제품의 명예를 수호하도록 자극하는 제도화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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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단편소설집 <1980년대 단편선>(문예출판사, 1990) 표지 [자료사진= 중국시민]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에는 실시하는 사람들에게 달린다. 소설에서 칠성은 바닷바람을 몇 해 쐬었다고 자기만 일의 묘미를 아는 줄 여겼으나 그것은 적당히 넘어가는 이른바 《요령주의》였다. 반도 북반부의 문학예술작품들에는 일에 부대끼어 《요령주의》, 《패배주의》에 빠졌던 사람이 순수한 새 세대의 충격을 받고 깨우친다는 구조의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그 새 세대는 젊은 노동자일 수도 있고 젊은 기사일 수도 있고 《3대혁명소조원》일 수도 있고 앳된 병사일 수도 있다. 단편소설 《새로 온 <부선장>》에서는 두 인물의 나이차가 많지 않지만 금숙이가 보다 순수하고 수령교시관철에 철저한 새 세대로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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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홍윤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한데 뒷날 《1980년대 단편선》(문예출판사 1990년 8월 출판발행, 도합 348페이지, 오른쪽 사진)에 실린 《칼도마소리》(239~251페이지)와 《조선문학》 2001년 8호에 실린 《회초리》(28~40)를 보면서 그가 바닷가에서 생활하고 바다를 사랑함을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창작터전은 바다였다. 큰 작품으로는 비전향장기수계열에 속하는 장편소설 《뿌리》(문학예술출판사 2005년 6월 출판발행, 도합 207페이지)를 보았으니 원형은 홍문거(1921. 9. 14~, 아래 사진) 선생이다. 모든 비전향장기수를 원형으로 하여 장편소설을 1부씩 지으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전국 작가들이 동원되었는데, 필자는 그 조직능력에 새삼 감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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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뿌리>??주인공의 원형인 송환장기수 홍문거 선생
작은 실례로 안홍윤 소설가가 홍문거 선생을 담당한 이유를 들 수 있다. 평양에서 가난한 사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홍문거 선생은 종로국립보통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후 진학을 포기했는데, 그 후 무료로 공부시켜 준다는 경상남도 진해의 고등해원양성소로 찾아가 항해과에 입학하여 4년간의 과정안을 마치고 2등항해사의 면허증을 받았다. 1941년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터진 다음 징병에 걸려 일본군 수송선을 타게 되었다. 송환비전향장기수들 가운데서 아마도 제일 바다에 익숙한 분이다. 때문에 바다를 잘 아는 안홍윤 소설가를 홍문거 선생과 짝 지어 말이 통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뿌리》는 기자 고순희가 사람들을 두루 찾아 만나면서 비전향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구조로 엮어졌는데 비전향장기수소설 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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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비전향장기수계열작품을 다룬 글에서 소개하겠으니, 여기서는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1987년의 단편소설 《칼도마소리》를 좀 소개하려 한다.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1980년대 단편선》에 실린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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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바다가양식사업소 지배인인 《나》- 택현은 집에서는 옹이 빠진 칼도마 때문에 노친네의 지청구를 듣고, 기업에서는 새 다시마건조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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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장 생산물의 상하륙을 위한 다섯대의 기중기를 설치하는것이였다. 그러자면 우선 부두나 잔교를 건설해야 하였는데 우리 힘만으로는 아무리 줄잡아도 반년이상은 걸려야 하였다. 게다가 막대한 량의 특수세멘트를 해결한다는것은 더욱 난감한 문제였다.》(24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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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전 직후에 어로공으로서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던 시절의 선장이며 지금은 도수산관리국장인 고봉수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통사정한다. 그러나 고봉수는 《자네가 이젠 늙었구만!》(241페이지) 하더니 한결 화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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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구, 난 도와줄 힘도 없네만 우선 그렇게 징징 우는 사람과는 마주앉고싶지 않네.》(24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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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가 막혀 고봉수가 《갱소년》했다고 비꼬고는 돌아온다. 다음날 과장이상급 협의회를 열었으나 논의만 분분할 뿐 보람이 없다. 승용차를 끌어내고 군에라도 가보려는데, 5직장의 제대군인 황봉기가 한 가지를 제기하겠다고 지배인을 찾는다. 보나마나 집을 달라는 소리라고 단정한 《나》는 말이 길어지는 게 두려워 출장갔다와서 얘기하자고 양해를 구한다. 하루종일 뛰어다녔으나 아무런 보람이 없다. 저녁무렵에 빈 손으로 돌아와 보니, 아침에 고봉수 국장이 내려왔다 한다. 오자바람으로 현장에 나가 노동자들과 담화도 하고 합숙에도 가본 다음 방금 전에 《나》의 집으로 갔다 한다. 고봉수는 《나》의 집에서 새 칼도마를 만드는 중이다. 고봉수의 말을 이기지 못해 《나》는 칼도마제작에 참여해 톱질한다. 힙겹게 널판자를 자른 다음 허리를 펴다가 황봉기가 뒤에 와 있는 걸 발견한다. 제기랄 것이 집문제인가고 물으니, 황봉기는 국장을 찾는다면서 설계가 끝났다 한다. 고봉수는 너무 빠르다고 놀라고 《나》는 무슨 설계인지 몰라 더욱 놀란다. 고봉수가 지배인에게 설명해주라고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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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봉기는 들고온 도면을 마루우에 펴놓고 새 칼도마로 한귀를 지질러놓았다. 무엇인가 둥글둥글한것을 삼각으로 련결한, 너무도 간단한 도면이였다.
<기중기의 기초입니다.>
황봉기는 손가락으로 도면을 짚어가면서 설명을 했다. <이 둥근것들은 5톤이상짜리 바위들입니다. 이 바위들을 땅속에 삼각으로 묻고 그 중심들에 착암기로 구멍을 뚫습니다. 다음 그 구멍들에 볼트축을 해박고 산형강으로 련결합니다.
결국 세 바위가 한덩어리로 되는데 그만하면 기중기의 기초로 넉넉합니다. 이렇게 해서 부두나 잔교를 다 걷어치우고 바다기슭에 바로 기중기를 설치하자는겁니다.>
》(24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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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조건을 충분히 이용하여 기발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니 참 멋지지 않은가? 《나》는 얼떨떨해나 황봉기에게 군대 나가기 전에 대학에 다녔는가고 묻는다. 황봉기는 아니라고, 군대복무 때 서해갑문 건설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었다고 대답한다. 고봉수가 얼마면 다 끝낼 것 같으냐고 물으니 황봉기는 기초 하나에 3일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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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게다가 세멘트 한톤, 막돌 한립방도 필요없단말이지. 이게 과연 사실이란말인가?…)
나는 요지경속에 빠진 사람마냥 멍청히 서있었다. 머리속에는 도에로, 군에로 뛰여다니며 구차한 사정과 우는 소리를 하던 자신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끝없이 반복되던 지루하면서도 보람없던 협의회도 생각났다. 그 모든것들이야말로 얼마나 허무맹랑한 놀음이였는가!…
》(24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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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봉기가 돌아간 뒤, 고봉수는 《나》에게 수십 년 전 신혼살림을 폈을 때 잡동사니 재료와 손도끼 하나로 찬장을 만들던 일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나》의 병집이 구멍난 칼도마에 다 씌어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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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라구, 사람이 안일해지기 시작하면 자기생활도 혁명사업도 제대로 할수가 없어!》(25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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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뛰어다니고 목청을 높이던 《나》는 그 말이 가슴에 걸려 내려가지 않지만, 반박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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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으나 깊이 따져보면 내가 한 일이란 사업소의 구내만 벗어나면 의례히 승용차를 불러대는것이였고 옆방의 과장도 전화로 찾는것이였다. 결국 내대신 승용차가 바쁘게 <뛰여다니>고 전화기가 요란스레 떠들었을뿐 나자신은 언제나 편히 의자에 앉아있었던것이다.
(망할놈의 칼도마같으니! 그저…)
》(25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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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손님접대준비에 바삐 돌던 노친이 부엌에서 나와 좋아라고 새 칼도마를 들고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만든다. 가락 맞은 칼장단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뭇사람에게 칼도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일과를 되새겨보시라고 충고한다.
칼도마와 사업작풍을 자연스럽게 엮어서 웃음을 유발하고 음미할 여운을 남기는 기법이 아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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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웠다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구호를 내걸고 분투했다는 반도 북반부의 사람들을 제대로 알려면 왜 웃는지를 몰라서는 안 되겠다. 안홍윤 소설가의 작품들은 웃을 수 있는 가능성과 웃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을 잘 녹여서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작가라고 문학애호자들에게 추천한다.(201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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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자료 1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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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장편소설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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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뿌리>(문학예술출판사, 2005) 표지 [자료사진= 중국시민]
안홍윤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05년 6월 출판발행, 도합 20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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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계열에 속하는 작품으로서 기자가 취재하는 형식으로 여러 사람의 구술을 통하여 주인공 홍명구가 비전향장기수로, 통일애국투사로 자라난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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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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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구 주인공, 비전향장기수 [원형 홍문거(1921. 9. 14~) 선생]
서문렬 비전향장기수
권대산 주인공의 친구
장정식 재일본조선인류학생
홍정걸 주인공의 아버지
고순희 기자
최필규 교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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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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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자주의 집》
제1장 첫날 이야기
제2장 다음날 이야기
제3장 장정식의 이야기
제4장 권대산의 이야기
제5장 마지막 이야기
종장 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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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왕” 작품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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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9/19 [03:00]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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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기의 오늘의 북한산업
폭증하는 북한 휴대전화 사업
동북만주 항일전적지 취재
강반석묘 이장 때 토기점골은 꽃바다
예정웅의 자주논단
예정웅, 미주 '라디오코리아'에 출연
황선시론
진홍빛 걸음걸음
장두석의 민족생활의학 강의
암내(액취증)의 원인과 치료법
중국시민의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듣기 좋으면 그만이어라